창립 140주년 창립기념식사
존경하는 내외 귀빈 여러분, 그리고 사랑하는 연세 가족 여러분,
오늘 이 영광스러운 자리에 귀한 분들이 함께 해주셨습니다. 먼저, 바쁘신 일정에도 불구하고 참석해 주신 우원식 국회의장님과 배준영, 인요한 국회의원님을 비롯한 정·재계의 여러 귀빈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귀한 발걸음을 해주신 존경하는 허동수 법인 이사장님과 법인 이사님들, 이경률 총동문회장님, 김병수 전임 총장님을 포함한 역대 총장님들께도 각별한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이 자리를 더욱 빛내주신 국내외 40만 연세 동문 여러분, 우리 대학의 발전을 위해 헌신해 주시는 교수님들과 직원 여러분, 그리고 연세의 미래를 이끌어갈 자랑스러운 학생 여러분께도 진심 어린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우리는 역사적 순간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140년 전 선교사 알렌과 언더우드, 에비슨이 이 땅에 심은 작은 씨앗 하나가 울창한 지성의 숲으로 성장하여 오늘날의 대한민국과 세계를 밝히는 등불이 되었습니다. 연세의 140년 역사는 이 나라의 근현대사의 굴곡을 함께하며 민족과 사회, 인류를 위한 희망의 길을 열어 왔습니다. 이 터에서 우리는 민족의 얼을 지키며, 진리와 자유의 정신을 수호하는 숭고한 배움의 터전을 일궜습니다. 광복과 한국전쟁이라는 역사의 격랑 속에서도 연세의 열정은 꺼지지 않고 대한민국 재건의 초석이 되었습니다. 연세의 품에서 자라난 청년들의 고결한 열망은 시대를 이끄는 불꽃이 되었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의 발전을 견인했습니다. 오늘날에도 수많은 연세 동문들이 세계 각지에서 각자의 소명을 다하며 연세의 이름을 빛내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연세인 여러분,
우리 연세대학교는 과거의 성취에 안주하지 않고 The First, The Best 정신으로 지속적으로 교육 방식을 혁신하고, 최첨단 연구를 통해 학문의 지평을 넓히며 시대의 소명에 응답해 왔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우리 연세대학교가 세계 50위권 대학에 진입하는 뛰어난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특히 행정학과는 연세대학교 역사상 최초로 세계 6위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며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는 우리 연세대학교가 교육과 연구의 최전선에서 지속적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성과입니다. 이제 연세는 이 성과를 넘어, 학문의 지평을 넓히고, 인류 미래를 이끌 인재를 키우며, 세계와 손잡고 인류의 난제에 해답을 제시하고 미래를 선도하는 혁신의 길로 나아가고자 합니다.
첫째, 연구 혁신을 위해 세계적인 융합연구의 허브가 되겠습니다.
우리 대학교는 2024년 이후, 총 1,200억 원이 넘는 대형 국가 연구과제 7건을 수주하는 쾌거를 거두며, 교수진의 탁월한 연구 역량과 학문적 독창성을 국내외에 널리 입증하였습니다. AI, 배터리,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도 눈부신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한국 최초로 우리 대학교에 도입된 양자컴퓨터를 기반으로 국제캠퍼스에 최근 개관한 ‘연세 퀀텀컴플렉스’는 미래 산업과 학문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중대한 전환점을 만들고 있습니다.
아울러, 우리 연세대학교는 학문 분야 간 경계를 넘어서는 초학제적 융합연구를 적극 추진하여, 인류가 마주한 난제를 해결하고 국가 발전과 인류 공영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연구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있습니다. 국내 대기업의 후원으로 모든 단과대학이 참여하는 ‘AI 혁신 연구원’, 의대와 상경대가 공동 설립한 ‘인구와 인재 연구원’, 인문·예술의 미래를 탐구하는 ‘현대문화예술연구원’, 융합연구의 거점인 ‘Bio-Y 의생명공학융합연구원’ 과 ‘언더우드-에비슨 과학원’ 등은 단일 학문을 넘어 다양한 분야의 역량을 집약하며, 연세가 국가 발전과 인류 공영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새로운 연구 모델로 도약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우수한 학문후속세대의 양성을 위해서도 과감한 제도적 혁신을 단행하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 최초로 전 계열 박사과정 정규학기 등록생 전원을 대상으로 정액 장학금을 지급하는 ‘연세 동행‧연세 박사과정 특별 장학금’을 신설하였습니다. 이 장학금 제도는 박사과정생의 연구환경을 개선하고, 세계적 우수 인재를 유치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둘째, 교육 혁신은 ‘연세다움’을 실현하는 전인적 리더 양성을 말합니다. 오늘날은 그 어느 때보다 인문학적 통찰과 첨단 전문 지식을 융합할 수 있는 ‘전인적(全人的) 리더’가 절실히 요구됩니다. 인류가 당면한 문제들을 풀어나갈 해답은 서로 다른 학문과 관점이 만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지점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리 대학은 진리를 추구하고 인간의 존엄을 실천한다는 교육의 근본 가치를 기반으로, 교과과정의 융합, 디지털 교육 강화, 학생 중심 프로젝트 확대 등 새로운 교육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귀중한 첫 발걸음을 내딛었습니다.
작년부터 준비해 온 ‘학생설계전공제도’와 2026학년도 신입생 약 25%에게 적용될 ‘전공자율선택제’는 융합형 교육 실현을 위한 핵심 동력이 될 것입니다. 2028학년도에는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을 이수한 첫 세대가 입학합니다. 이들의 다양성과 잠재력을 포용하기 위해, 연세는 생성형 AI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교육 모델을 선도적으로 도입하고, 교육 개혁을 위한 실천적 논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공자율선택제’의 정착, ‘Y-Pathfinding’ 모델 구축, 융복합 교육 기반 마련은 창의성과 개방성을 향한 연세의 교육 혁신을 이끄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또한, 세계 유수의 대학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감각의 함양과 교육 환경의 개방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현재 연세대학교의 외국인 학생 비율은 아직 세계적인 수준에 비해 낮은 편이며, 이는 우리가 반드시 넘어야 할 도전이자 새로운 가능성의 출발점입니다. 이에 연세대학교는 전 세계의 우수 인재들이 연세에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영어 트랙의 확대, 국제연구협력 및 공동연구를 위한 지원 증대, 외국인학생을 위한 전주기사업 지원 등 실질적인 제도적 기반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구촌 곳곳의 젊은 인재들이 연세의 교육을 통해 미래를 설계하고, 인류의 문제를 함께 풀어갈 수 있도록 세계 속 교육과 협력의 허브로 도약할 것입니다.
셋째, 국제 협력의 지평을 넓히며, 연세를 통해 세계가 이어지는 미래를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연세대학교는 세계 78개국 732개 대학과의 교류 협정을 바탕으로,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규모와 수준의 국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매년 약 6천여 명의 해외 대학 재학생들이 연세대학교를 찾아와 학문과 문화를 함께 나누고 있으며,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연세한국어학당을 찾는 외국인 학생도 연간 약 9천 명에 이릅니다. ‘연세, 세계를 잇다’ 라는 교육적 비전은 전 지구적 차원에서 실질적으로 구현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우리 대학은 글로벌 학문 공동체와의 전략적 연계를 한층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한국 최초로 ‘기후통합평가모형 협의체(IAMC, Integrated Assessment Modeling Consortium)’ 국제학술회의를 주최함으로써, 연세대학교는 기후정책 연구를 선도하는 대학으로 자리매김하였고, 컴퓨터 생물학 분야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대회인 ‘RECOMB 2025(Research in Computational Molecular Biology)’를 국내 최초로 유치하여 학술적 위상을 더욱 높였습니다. 특히, 대한민국의 Horizon Europe 준회원국 가입이라는 역사적 전환점을 맞아, 우리 대학은 케임브리지대학교(Cambridge University),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헬싱키대학교(University of Helsinki), 제네바대학(University of Geneva) 등 유럽의 최고 연구 중심 대학들과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협정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연세의 학문과 연구, 그리고 국제협력의 토대를 한층 더 견고히 다져가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노력은 연세대학교가 국제무대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며, 글로벌 거버넌스 구축에 있어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되는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연세 가족 여러분,
그러나 우리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습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합니다. 첨단과학기술의 비약적 발전, 기후 위기와 인구구조변화의 가속화 등 전 지구적 도전은 대학의 존재 이유를 근본적으로 되묻게 합니다. 우리는 이 질문 앞에 “연세다움”으로 응답할 것입니다. ‘진리와 자유로 인류의 가능성을 열어가는 연세’라는 비전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명을 다해나갈 것입니다.
이는 ‘넥스트 노벨 프로젝트(Next Nobel Project)’와도 긴밀히 맞닿아 있습니다. 지난해 가을, 한강 동문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연세 문학과 인문학의 전통과 성취를 세계에 드러낸 상징적 사건이었습니다. 한강 동문의 작품은 수십 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의 독자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더없이 기쁘고, 더없이 귀중한 이 성취를 발전적으로 계승하고, ‘더 나은 삶을 향한 열망과 연대의 가능성’을 넓혀나가기 위해 ‘넥스트 노벨 프로젝트(Next Nobel Project)’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인문학과 예술, 그리고 기초학문의 토양 위에서 차세대 글로벌 석학과 창조적 인재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데 전력을 다할 것입니다. 연구 단지 조성과 우수 연구진 확보를 통해 산학 협력과 공동 연구를 더욱 활성화하며, 연세의 연구 성과가 사회와 산업 발전에 즉각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민간 기업과의 긴밀한 협력 확대를 통해 연구의 실용성을 확대 도모하고, 연구 인프라의 지속적 개선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겠습니다. 또한 우수한 잠재력을 갖춘 신진 연구자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이들의 글로벌 연구 프로젝트 참여 기회를 확대하겠습니다.
이러한 변화의 동력은 바로 사람입니다. 연세에서 자라나는 인재들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꿔 가리라는 믿음으로, 지금도 많은 분들이 크나큰 지원을 보내주고 계십니다. 연세의 발전을 위해 크고 고귀한 뜻을 전해주신 모든 분께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우리는 그분들의 높은 뜻을 가슴 깊이 새기고, 연세에 보내주신 견고한 신뢰와 기대에 보답하도록 매 순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기부자 한 분 한 분의 헌신이 연세의 역사에 깊이 새겨지도록, 지식의 경계를 넘고, 학문 간 융합을 통해 세계의 중심으로 나아가겠습니다. 무엇보다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따뜻한 인재를 양성하겠습니다.
사랑하는 연세인 여러분,
연세의 140년 역사는 빛나는 성취들로 이어져 왔습니다. 하지만 연세의 진정한 위대함은 그 성취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가능하게 했던 연세의 숭고한 건학 정신에 있습니다. 진리와 자유의 정신에 따라 사회에 이바지할 인재를 기르겠다는 교육이념이 대한 독립을 이끌고, 대한민국의 민주화와 산업화를 견인했습니다. 그리고 그 빛나는 유산을 자양분 삼아, 이제는 교육의 혁신과 연구의 첨단화를 통해 인류 공동의 난제에 대응하며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대학으로 세계 속에 우뚝 서고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여러분과 함께 연세의 지나온 140년을 돌아보고, 연세의 정신을 되새기며, 미래를 도모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연세의 미래를 향한 여정은 오늘 또 힘찬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140년 전통을 자산으로 삼아, 연세는 더 높은 지성, 더 깊은 인류애, 더 평화로운 세계를 향해 걸어가겠습니다.
연세대학교 창립 140주년을 기념하는 이 자리에 함께해 주신 모든 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펼쳐질 연세의 빛나는 여정도 함께 해주십시오. 연세의 앞날과 우리 모두에게 하나님의 가호와 축복이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
2025년 5월 10일
연세대학교 총장 윤동섭